2014년 네 명의 공동대표가 한자리에 모였다. 개인의 비전과 목표, 회사를 떠난다면 그 이유와 상황 등을 상세히 담은 ‘창업 결심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다.
마치 하나의 의식처럼 진행된 창업 결심서 작성은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 서로의 밑바닥까지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김지환 대표의 확고한 믿음이 반영됐다. 상대방의 창업결심서를 읽으며 창업 그 자체를 함께 즐기고 어려움은 감내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창업 과정에서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동영상 맵 서비스 앨리스원더랩의 김지환 대표는 ‘내가 만든 서비스를 실제 시장에서 검증해보고 싶다’라는 생각 하나로 창업가의 길을 걷게 된 케이스다. 특별한 창업 아이디어가 없는 상태로 LG전자를 나와 세명의 공동창업자를 만나기 전까지 그는 LG전자의 10년 뒤 사업에 적용할 아이디어를 내는 연구원으로 3년간 일했다.
LG전자 다니실 때 발명왕이셨다고 들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특허를 출원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국내외 다 합쳐 400개가 넘을 것 같습니다. AR, VR, HMD, Wearable, Smart Car 등 정말 다양한 주제와 분야의 기술로 마음껏 상상했고 특허화 시킬 수 있었습니다.최근에 Microsoft에서 매입 해간 6 개의 특허가 기억에 남는데 HMD에서 입력과 컨트롤이 가능한 인터랙션에 관한 것들이었습니다.
회사내에서 인정받으면서 충분히 아이디어를 실험해 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회사를 나온 이유가 특별히 있었나요?
제가 낸 아이디어들 중에는 제가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당장 사업화가 되지 않으면 그런 사치를 허락해 주지 않았어요. 실제로 제가 낸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서 퇴근 후에 맘맞는 동료들과 팀도 만들고 논문도 썼지만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제가 창업을 하게 된 이유죠.
창업결심서를 함께 쓴 공동창업자들은 어떻게 만나셨나요?
공동창업자들은 퓨처 플레이 테크업1기로 인큐베이팅 받던 시절에 만나게 됐습니다.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팀이라고 생각해서 팀을 꾸릴 때 정말 소개팅하듯 많은 사람들을 만났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만난 공동창업자가 저 포함 네 명인데요. 이들이 거쳐간 기업만 해도 LG, 삼성, SK, 네이버 등 국내 주요 대기업입니다. 서로 대학,연구소 선후배 또는 회사 동료 등으로 인연이 있었고, 각자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굉장히 인정받고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동영상 서비스 호핀(Hoppin)을 개발하신 장래영 개발팀장님, 지도 관련 인터랙션 전문가 이사무엘 CXO 님 그리고 국제표준 Contributor로 활동하셨던 전웅 CTO님이 공동창업자로 저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앨리스원더랩 어떤 회사인가요?
저희는 도보 중심의 동영상 지리 정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지도의 또 다른 지리 데이터로 활용하는 동영상 맵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동영상이 기존에 타임라인 베이스였다면 저희는 동영상을 위치, 루트 베이스로 바꾸어 생각합니다. 또 만들어진 동영상 맵을 이용해 도보 내비게이션으로도 제공합니다.
경쟁자가 많을 것 같은 시장인데 동영상을 아이템으로 선정한 이유가 궁금해요
제가 원래 동영상을 엄청나게 소비하는 유저입니다. 그래서 동영상에 친숙했고,동영상이 대세가 되리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활용하는 방안에 관심이 많았죠. 그리고 가상현실, 지도 등의 미래에 대해 그동안 쌓아왔던 정보와 관심들이 창업에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학부 때 3D 애니메이션과 모션그래픽, 영상디자인 등을 했던 것도 앨리스 윈더 랩에 영향을 줬습니다.
길안내 영상은 지금도 쉽게 접할 수 있는것 같은데, 기술력만 따졌을 때 앨리스만의 차별성이 있다면?
동영상을 찍어서 길 안내로 활용한다면 경쟁사까지 말하지 않아도 이미 유튜브에 3만 5천 개의 국내 길 안내 영상이 존재합니다. 저희는 이런 분들이 저희 플랫폼을 이용해서 위치 기반, 루트 기반으로 사용하실 수 있게 되길 희망합니다. 이런 분들을 적극 받아들이는 플랫폼이 될 겁니다. 저희 기술력이 지금 단계에서는 수집된 데이터를 지도 위에 잘 매칭하는 쪽에 포커스 되어 있다 보니 사용자 참여형으로 동영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연결해 나가는 것이 저희의 차별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이를 잘 사용할 수 있는 UX 기술 또한 저희 만의 차별화이고요.
현재 어떤 방법으로 동영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계신가요?
현재 데이터 수집은 저희가 직접 도보여행 루트를 촬영하여 수집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크라우드 소싱 기반으로 데이터 수집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사용자 참여 유도는 어떻게?
사용자 참여는 두 가지를 실험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필요에 의해 데이터 수집에 참여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리워드를 얻기 위해 참여하는 것입니다. Waze나 다른 사용자 참여형 데이터 수집에서 검증된 방법을 이용해 진행할 계획입니다.
현재 서비스 출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앨리스 가이드 앱이 지난 6월 초에 출시됐습니다. 앨리스 가이드는 게스트하우스 호스트들이 길 안내를 위한 동영상을 보내주면 저희 쪽에서 내비게이션을 만들어주는 제작 앱입니다. 출시 후 마케팅 없이 이메일로 호스트 분들께 안내를 드렸는데 처음엔 업로드가 없다가 한 달 반쯤 지난 현재는 약 80개 정도 영상이 업로드가 된 상태입니다. 이 앱은 다양하게 써보려고 하는데 O2O 서비스와 연계해서 B2B 방식으로도 서비스를 제공해 보려고 합니다.
도보여행객을 위한 비디오맵 서비스 출시는 언제인가요?
앨리스맵의 첫번째 베타테스트을 국내 Airbnb 호스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바 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약 3000여명의 게스트들이 동영상 길안내를 이용했고,저희 측에 감사를 표하는 외국인도 많아 서비스의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앨리스맵은 8월에 출시를 목표로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올해 계획한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하셨다고 보는지?
설립 1년 차 목표가 기반 기술 구현과 비디오 맵에 대한 필요성 및 사업 가능성 검증이었는데 두 서비스를 모두 론칭하게 돼 올해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됐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모두 경험하신 대표님이 생각하는 스타트업이란?
사실 여러 매체에서 대기업은 힘들고 스타트업은 좋다고 표현하는 것을 많이 들었는데 실제 두 군데를 경험하고 나니 사실상 스타트업이 더 힘든 것 같습니다. 단지 어떤 곳이 좋고 나쁘다는 자신의 가치관과 삶에 대한 태도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일단 자신이 하는 일과 삶, 가치관이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저는 첫 번째 타입인데 대기업이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분류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스타트업을 해야 하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대기업에서도 자신이 하는 일과 삶, 가치관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거든요. 스타트업은 좀더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과 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희 팀원들끼리는 그런 얘기를 합니다. 스타트업은 성공을 생각하고 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해보고 싶었던 것 증명해 보고 싶었던 개개인의 목적을 회사의 제품에 녹여내 보는 과정이라고요.
지난해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프로그램 팁스에 선정돼 역삼동 팁스타운에 입주해 있던 앨리스원더랩은 곧 청계천 근처 cel벤처단지에 새 보금자리를 얻는다. 콘텐츠 스타트업들이 대거 입주해 있는 cel벤처단지에서 함께 협업할 수 있는 기업들을 만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서다.
주승호 / choos3@venturesquare.net
<출처: 벤처스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