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시간이 아닐 때도 날라오는 눈치 없는 메일을 스마트 폰으로 확인하고 ’내일 회사 가서 처리하고 회신 드려야지’하고 잠이 들곤 한다. 하지만 잠과 함께 ‘내일 회사에서…’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리고 남은 것은 ‘왜 처리가 안됐냐는’ 새로운 메일 뿐.
아마 요즘 학생, 직장인을 막론하고 이메일 주소 하나 없는 사람은 찾기 힘들 것이다. 쏟아져 나오는 기술에 디바이스는 1년이 멀다고 바꾸지만, 그 디바이스로 사용하는 이메일은 벌써 수십 년째 우리와 함께 해오고 있다. 디바이스가 발달하며 이메일을 사용하는 우리의 모습만 바뀌고 있다. 이제 심심찮게 스마트 폰으로 메일을 확인하게 됐다. 그럼, 디바이스의 변화에 맞춰 이메일 서비스도 진화해 왔을까?
‘프레임(Frame)’은 스마트폰에서 처리 가능한 메일은 스마트폰에서 쉽고 빠르게, 그리고 컴퓨터에서 처리해야 할 메일은 놓치지 않고 확실히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프레임을 만드는 센텐스(Sentence)의 안지윤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센텐스의 주요 사업에 대한 소개 부탁합니다.
소개 센텐스는 프레임(Frame)이라는 멀티 디바이스용 이메일 클라이언트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모바일과 PC에서 최적화된 이메일 경험을 제공하고 둘 간의 끊김 없는 경험을 지원한다. 먼저 모바일 환경에서는 이메일 처리를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메일을 확인 후 한 번의 스와이핑으로 간단하게 ‘삭제’,‘태스크로 등록’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또 ‘답장’, ‘전달’ 등과 함께 ‘빠른 답장’ 기능을 제공한다. 빠른 답장이란, 스마트폰에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와 같이 미리 설정돼 있는 답장을 손쉽게 보낼 수 있는 기능이다.
문제의식 대표적인 업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 잡은 이메일은 만들어진 지 30년이 지난 오래된 프로토콜이다. 그래서 아무 문제 없이 편히 사용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선 스마트폰, PC, 태블릿, 스마트워치 등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는 기기가 많아지며 다양한 기기에서 이메일을 확인하고 처리하고자 하는 니즈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메일 클라이언트는 이와 같은 멀티 디바이스 환경을 깊이 고려해서 설계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으로 확인한 메일 중 PC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안되는 복잡한 메일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기존 스마트폰용 이메일 클라이언트는 PC용 이메일 클라이언트를 스마트폰 스크린으로 축소한 정도에 불과하다. 모바일의 이메일 사용을 PC의 경험과 연결하는 등 모바일 환경을 충분히 고려한 UX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 센텐스의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데이터베이스 미러링 보통 멀티 디바이스 간 이메일 클라이언트를 구현한다고 하면, 메시징 시스템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센텐스는 독특하게도 데이터베이스 미러링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데이터베이스 미러링이란 콘텐츠를 담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여러 곳에 중복해서 복사해 놓는 것을 말한다. 은행에서 중요한 고객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여러 서버에 복사해 두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프레임의 경우 이메일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각 디바이스에 복사하는 것이다. 이때 어느 데이터베이스를 가장 최신 본으로 볼 것이냐는 일관성 관련 이슈(Consistency Issue)가 생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최신 버전을 담고 있는 마스터 카피는 클라우드에 저장한다. 이 클라우드의 마스터 카피를 기준으로 다른 디바이스들의 싱크를 맞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과 PC 두 가지의 디바이스를 사용한다고 할 때 클라우드에 최신의 데이터베이스가 스마트폰과 PC의 데이터베이스들로 미러링(복사)되면서 스마트폰과 PC간 이메일 데이터의 싱크가 맞아지는 것이다.
데이터베이스 미러링이라는 기술을 멀티 디바이스 간 데이터 동기화하는 데 활용함으로써 이메일 클라이언트의 구현이 용이해지고 실시간 동기화의 장점을 얻게 되었다.
이메일 클라이언트 개발 이메일은 IMAP / SMTP라고 하는 송수신 표준 프로토콜이 존재하지만 각 메일 서비스별로 일부 변형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메일 클라이언트는 송신자가 어느 이메일 서비스를 사용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경우의 이메일 서비스를 지원해야 한다. 따라서 각 이메일 서비스의 프로토콜을 분석해서 그에 맞게 처리하도록 개발해야 한다. 이 부분이 쉽지 않고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다. 센텐스는 장기적인 노력을 통해 대부분의 이메일 서비스를 이해할 수 있는 클라이언트를 개발하게 된 것이고, 이것이 향후 이메일 분야의 강력한 기술적인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본다.
- 관련 국내외 최신 트렌드는 어떤가?
사실 요즘 커뮤니케이션 툴의 트렌드는 메신저다. 슬랙(Slack)과 같은 협업 툴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커뮤니케이션의 무게감, 신뢰성 등의 특징 때문에 메신저가 메일의 자리를 대체할 수는 없다. 그래서 여전히 이메일 관련 서비스는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메일 관련 서비스를 개발 중인 스타트업 대부분 저장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클라우드를 활용한 이메일 서비스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 경쟁사가 있다면?
국내 : 쏠메일(SolMail)이 유일 국내에는 유틸리티를 개발하는 곳이 거의 없다. 이메일 클라이언트를 만드는 회사는 다음커뮤니케이션즈에서 만든 쏠메일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외에 인트라넷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자체 메일 서비스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의 경쟁 상대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해외 : 다양한 콘셉트의 이메일 관련 스타트업 해외에는 많다. 다양한 이메일 관련 스타트업이 나오고 있는데 회사마다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 대표적으로 메일박스(MailBox)가 있다. 메일박스는 ‘인박스 제로(Inbox Zero)’를 콘셉트로 하는데, 받은 메일함을 계속 지워서 빈 상태로 유지하라는 것이다. 마치 온 메일 전부를 ‘해야 할 일’처럼 생각해서 처리하거나 지워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정 반대의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수많은 메일 중에 ‘해야 할 일’을 골라내는 것에 중점을 두었고 이를 PC에서 쉽게 다시 처리할 수 있게 만들어진 서비스다.
메일박스 이외에도 홍콩에서 생긴 메일타임(MailTime)처럼 이메일을 대화나 메시지처럼 보여주는 스타트업도 있고 모바일 아웃룩을 표방하던 어컴플리(Acompli)도 있다. 어컴플리는 지난 2014년 12월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됐다.
- 향후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예정인가?
iOS에 집중, 애플워치 앱 선점 애플워치 출시에 맞춰서 애플워치용 앱을 개발하고 있다. 애플워치 앱이 아직 많지 않아서 먼저 선점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안드로이드나 윈도우 등 여러 OS를 지원하기 보다 애플의 iOS 하나에 집중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 서비스의 콘셉트와 가장 잘 맞는 OS라고 생각하고 하나의 OS에 집중해서 프레임에 대한 검증을 빠르게 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이후 안드로이드와 윈도우에 대한 지원을 늘려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 테크 스타트업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면?
기술과 제품 개발 그리고 비즈니스 간에 간극이 있다. 보통 개발자들은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그게 제품이 완료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업을 해 보니 기술과 제품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 같다. 또한 제품을 잘 만들었다 하더라도 이것을 가지고 사업을 잘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테크 스타트업은 엔지니어 중심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때 제품이나 사업 부분에 대한 부족한 역량을 어떻게 채우는지가 가장 힘든 점이라고 생각한다.
- 테크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나 대기업 입장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
정부는 지금 잘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이 창업하기 가장 좋은 시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또 사업하다 잘못되는 것이 있다면 그건 내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정부 탓으로 돌리는 건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닐까? 그래도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좀 더 활발한 M&A 문화가 생길 수 있도록 대기업들이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
- 퓨처플레이 한재선 CTO가 보는 센텐스는?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기기들이 늘어나면서 멀티 디바이스 간 연결성에 대한 이슈는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센텐스는 그 문제 중에서도 이메일이라는 분야에 초점을 맞췄다. 잘 잡은 방향성이라고 본다. 다만 사용자들은 이미 소수의 이메일 클라이언트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어떻게 변화를 유도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